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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끝난 차이나오픈 결승에 오르며 생애 첫 1위에 오른 할렙(왼쪽에서 세 번째)이 WTA 및 대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Korea

'적립형' 세계 1위? 논란의 중심에 선 랭킹 시스템

박준용 기자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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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리아= 전채항 객원기자]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선수가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는 현상이 또다시 일어났다.
 
랭킹이라는 제도 자체가 선수들의 업적과 그 당시 실력을 충분히 반영하여 모두가 이해할만한 우선순위를 나타내야 함에도 아직도 여전히 부족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현재 랭킹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지 함께 분석해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9일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이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올 시즌 1차례 비롯해 통산 15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록을 봤을 때 할렙의 최근 업적이 뛰어났음은 자명하고 큰 가슴 때문에 뛰기 불편하다며 가슴 축소 수술을 하는 등 테니스에 대한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또한 박수 칠만한 일이다.
 
하지만 할렙의 성적이 세계 1위까지 오를만한 업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1년간 그랜드슬램 여자 우승자의 면모를 보아도 그녀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올 시즌 그랜드슬램 챔피언은 호주오픈의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프랑스오픈의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윔블던의 가르비네 무구루자(스페인), US오픈의 슬론 스티븐스(미국)다.
 
할렙의 올시즌 그랜드슬램 성적은 호주오픈과 US오픈 1회전 탈락, 프랑스오픈 준우승, 윔블던 8강이다.
 
세계 테니스 대회에서 가장 권위있는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이 1위에 오른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현재 랭킹 시스템에서 이룬 업적이니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다.
 
디나라 사피나(러시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 캐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에 이어 5번째로 그랜드슬램 우승 없이 1위에 등장한 할렙은 수년간 투어를 지배하다가 현재 출신으로 자리를 비운 세레나, 각자의 사유로 공백기를 가진 후 컴백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의 부재로 혼돈의 시기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 2위가 올해 윔블던 우승자 가르비네 무구루자(스페인)이라는 점이 랭킹 시스템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년 전 당시 그랜드슬램 무관이었던 워즈니아키도
할렙과 같은 차이나오픈을 통해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사진= GettyImagesKorea
 
#적립형 세계 1위가 가능한 이유는 랭킹 시스템 때문?
현재 ATP와 WTA는 모두 지난 52주간, 즉 최근 1년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랭킹을 산정한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1년 전에 얻은 점수가 빠지는 대신 올해 얻은 새로운 점수가 이를 대체하는 형식은 같다.
 
ATP가 최근 52주간 참가했던 대회 중 가장 성적이 좋은 18개 대회의 점수를 기반으로 랭킹을 산정하되 ATP 파이널의 점수를 보너스로 제공하는 반면, WTA는 조금 더 복잡한 방식을 채택하는데 WTA 파이널을 포함 가장 성적이 좋은 16개 대회의 점수를 기반으로 랭킹을 산정한다.
 
ATP와 WTA 모두 4대 그랜드슬램 성적은 모두 반영되며 ATP는 8개의 1000시리즈를, WTA는 4개의 프리미어 맨다토리 대회와 20위권 내의 선수의 경우 2개의 프리미어5 대회의 점수가 필수 요건으로 포함된다.
 
약간의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ATP와 WTA 모두 랭킹에 반영하는 대회의 개수 제한은 있으며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대회를 지정함으로써 선수들이 큰 대회에 불참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대회의 규모와 상금 정도의 차이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다르게 부여함으로써 주요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시 얻을 수 있는 랭킹 포인트를 더 높게 산정해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확실히 만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팬들 입장에서도 대회의 성격에 따라 확실히 나뉘는 포인트 규모를 통해 보다 더 단순한 논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단순화된 랭킹 포인트의 맹점은 바로 '적립형’ 랭킹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테니스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그랜드슬램의 우승 포인트가 2000점으로 바로 아래 단계의 1000시리즈보다 2배가량 높지만 이 차이가 적정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그랜드슬램 우승을 1년에 2차례나 해도 작은 대회에서 8~10회 정도 우승하면 랭킹은 비슷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이는 WTA에서 더 심하게 발생 가능한데, 그랜드슬램 우승하고 2000점을 얻더라도, 상위 랭커의 경우 1회전 부전승을 받고 보통 32강부터 시작하는 프리미어5 대회를 2차례 우승하면 불과 200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형국이 되고 만다.
 
결국 한방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이룬 선수보다는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에게 더 큰 공로를 인정하겠다는 셈인데 투어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올바른 선택일 수 있겠지만 과연 선수의 업적 면에서 합당한 제도인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랭킹을 반영하는 ‘52주간의 성적’ 시스템 또한 공정한 랭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례로 주요 대회를 연달아 우승하는 선수의 경우 이미 전년도 우승 포인트가 빠지기 때문에 이듬해 우승하더라도 점수는 0점이며 그나마 선방하는 것이 우승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달아 발생한다.
 
결국, 전년도에 우승하면 이듬해에도 우승해야 쌓은 포인트를 잃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포인트를 ‘잃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이어진다.
 
세레나는 2009년 시즌 호주오픈과 윔블던 등 그랜드슬램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투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피나에 밀려 줄곧 2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지난 2009년의 경우 세레나는 총 2차례 그랜드슬램(호주오픈,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전년도에도 우승했었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해 줄곧 2위에 머물러야 했고 프리미어급 대회에서 우승하며 그해 좋은 성적을 거둔 사피나가 1위에 오른 역대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는 52주간의 기간을 104주, 총 2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올 시즌 화려하게 복귀하며 세계 1위에 복귀한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 및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개정이 필요함을 역설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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