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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ATP 대학에 참가한 정현(뒷줄 가장 왼쪽)

'테니스만 한다고?' 대회 홍보는 기본, 공부도 하는 ATP 선수들

전채항 객원 기자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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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수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테니스만을 열심히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테니스를 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가 되려면 소속 집단의 성격을 이해하고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정과 임무 역시 숙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엄청난 벌금이 따른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규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선수가 되면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혜택 역시 누릴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 선수만의 혜택을 ATP 사례로 알아보자.
 
테니스 선수는 공부를 안 한다? 천만의 말씀!
보통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되면 공부는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TP는 명석하고 똑똑한 선수, 나아가 매너 있고 귀감이 되는 선수가 ATP를 대변한다는 취지로 선수들의 공부를 명시화하고 있다. ‘ATP 대학’이 대표적인 예다.
 
ATP 공식 규정집에 의하면 ‘현역 ATP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수가 협회에 먼저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등록일 기준 자신의 세계랭킹에 따라 선수는 크게 두 가지 소속집단으로 분류된다.
 
등록일 기준 단식 세계랭킹 200위 내 또는 복식 세계랭킹 100위 내 선수라면 ‘Division I’으로 분류되고 단식 세계랭킹 500위 내 또는 복식 세계랭킹 250위 내 선수라면 ‘Division II’로 분류된다. ‘Division I’으로 분류될 경우 ATP의 특별한 규정이자 혜택인 ‘ATP 대학’을 수료해야 한다.
 
ATP 대학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4년제 또는 2년제 대학이 아니다. 선수들은 낮에 코트를 누비고, 연습도 하고, 공부도 하고 도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것일까? 멋지게 포장해서 ‘대학’이란 이름만 붙였을 뿐이지 ATP 대학은 보통 회사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단기 워크숍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ATP 대학은 보통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5일 정도의 일주일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Division I’ 선수들은 등록일로부터 1년 내 ATP 대학 코스를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만약 수료하지 못할 경우 선수 등록은 자동 박탈되기에 선수들은 ATP의 공지를 잘 보고 언제, 어디서 이 코스가 생성되는지 눈여겨 보아야 한다.
 
ATP 선수들은 ATP 대학에서 인터뷰 스킬, 도핑 방지, 사회 환원, 자금 관리 등을 배운다
 
그렇다고 이 코스가 단발성 교육은 아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또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사내교육과 같은 코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ATP 대학 코스 수료 후 2년 내 ‘Refresher 코스’, 즉 2차 교육을 또 받아야 한다. 이 2차 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선수 등록이 박탈되니 선수는 일단 톱 선수가 된 3년간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ATP 대학은 총 14개의 주제로 이뤄졌는데 강의마다 교수와 특별 초빙된 외부 강사가 강의한다. 이 강의는 선수들이 투어 생활을 더 유익하고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연관된 주제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이뤄지는데 선수들은 강의를 통해 테니스 외적으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제를 살펴보면, 프로 선수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부패 방지, 도핑 방지, 사회 환원, 자금 관리, 경제적인 투자 등 테니스 외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우고 이 외 기본 매너, 인터뷰 스킬, 필수 숙지 규정 등에 대해 가르치며 모범이 되는 선수로 거듭나는 교육 과정을 거친다. ATP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이뤄지는 온 코트 인터뷰 또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매너 있는 태도 및 언행을 선보이고 특히 자신의 상대에 대해 매우 높게 칭찬하는데 이런 스킬이 바로 ATP 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ATP 대학은 일년에 두 차례 정도 이뤄지며 ATP는 선수들이 투어 생활을 좀 더 생산적이고 알차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한국체대)은 카일 에드먼드(영국), 테일러 프리츠(미국), 니시오카 요시히토(일본) 등과 함께 지난 2016년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ATP 대학에 참가했다.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선수들
ATP는 소속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ATP의 좋은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 미래의 어린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ATP 대회는 공식 대회 경기 외 대중 친화적인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데 이 이벤트에 선수들 역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규정이기도 하지만 본선 진출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화려한 부대 혜택이기도 하다.
 
‘Stars Program’ 즉 스타 선수들을 위한 행사라 명명된 이 제도는 본격적인 ATP 홍보대사로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정에 의하면 대회 관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본선 진출 선수는 각종 부대 행사 또는 스폰서 주관 행사에 얼굴을 비춰야 하고 한 주당 최대 2시간 정도 홍보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시간은 최대 2시간이며 이 2시간 내 최대 4개의 행사까지 참여할 수 있으니 시간과 횟수에 대한 규정도 확실하여 선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보호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ATP투어 파이널에 출전한 선수들이 대회가 열리는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오로지 테니스에만 집중하고 싶은 선수라면 피하고 싶은 제도일 수 있으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본선에 이름을 올린 선수라는 점이다. 보통 투어 대회 본선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정도면 세계랭킹이 톱100이거나 와일드 카드를 받은 선수일 텐데 대부분이 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홍보 대사로서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톱100 선수라는 자부심을 부여한 혜택이기 때문에 즐겁게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시간과 횟수 또한 정해져 있고 ‘요청’ 시에만 참석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권리는 분명 아니다. 유명한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ATP 대학에서 배운 ‘사회 환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팬들이 대회를 찾는 것은 그만큼 테니스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이니 선수 또한 그들과 소통하며 테니스를 홍보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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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마이애미오픈에 출전한 조코비치가 박물관을 찾아 한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있다
 
스타 프로그램이 어떠한 행사로 이뤄지는지 알아보자. 스타 프로그램은 소소하게 스폰서 라운지 방문부터 시작해 크게는 야외 오프닝 행사까지 다양한 규모로 이뤄진다. 먼저, 대회 공식 스폰서 행사는 선수들의 개인 스폰서와 다를 수 있어 이 경우 대회 관계자는 선수의 사진이나 영상이 찍히지 않도록 스폰서에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팬 서비스 차원에서의 사진이나 영상은 허락되니 정말 순수하게 대회의 홍보를 위해 이뤄지는 셈이다. 혹시나 사진이나 영상이 필수일 경우에는 선수의 사전 허락 또는 서명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스폰서 라운지 방문에 이어 선수들은 부스 방문, 팬 사인회, 키즈 클리닉 등 다양한 부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유명한 선수일수록 참여하는 행사의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ATP는 신생 대회일수록 홍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는데 대회가 아닌 ATP에서 직접 홍보를 주관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경기장이 아닌 해당 도시의 랜드마크 앞 또는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이뤄지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대회 시작 전 특별 야외 이벤트 관련 사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변, 절벽, 바닷가, 독특한 건축물 등 마치 관광지 홍보와 같기도 한 그런 행사는 대회를 주최하는 도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니 이 또한 사회 환원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런 야외 행사는 선수의 스케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사전에 조율되고 행사 개수도 최대 2개 이상을 넘지 않으니 선수는 홍보 대사로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피곤할 수도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팬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이보다 더한 혜택이 과연 어디 있을까?
 
2017년 2월 멕시카노텔셀오픈을 앞두고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왼쪽)와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이 바다 위에 마련된 특설코트에서 테니스를 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무료 숙박
테니스는 시즌 내내 이동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큰 스포츠다. 한 도시에서 대회가 계속 열리지 않기 때문에 매주 새로운 도시로 이동해야 하고 그에 수반되는 이동 경비와 숙식비를 고려하면 때에 따라 비용이 수입보다 더 많을 수 있는 스포츠다. 따라서 ATP는 선수들의 경비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숙박에 대한 필수조건을 대회 규정에 넣어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ATP는 대회 수준에 따라 숙박 수준 또한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최소 250시리즈 예선까지는 기본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250시리즈 예선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보통 세계랭킹 100위~200위 내 선수들이니 일단 100위 내에 들면 각종 부대 혜택은 무조건 누릴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또 500, 1000시리즈 단식의 경우 보통 대회가 시작하는 주의 전주 금요일부터 무료 숙박이 제공되고 복식은 토요일부터 제공된다. 만약 대회가 일요일에 시작하면 앞선 조건에서 하루씩 앞으로 당겨지게 된다. 마이애미마스터스나 BNP파리바오픈과 같이 대회가 주중에 시작할 경우에는 시작일 기준 3일 전부터 제공된다. 250시리즈의 경우 하루 차이가 나는데 단식과 복식 모두 토요일부터 제공된다. 만약 1회전에서 조기 탈락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소 5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만약 첫날 탈락하더라도 자신이 더 머무르고 싶으면 가능하다.
 
이 최소 규정은 복식 선수에겐 조금 다르다. 단식이 최소 5박이라면 복식은 최소 2박 기준이며 만약 복식 본선에 이름을 올린 다른 선수와 방을 함께 쓸 경우 최소 기준은 4박으로 늘어난다. 또한 예선 출전 시에도 숙박은 보장되며 예선이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날 기준 전날부터 무료 숙박은 제공된다. 만약 앞으로 특정 대회에 출전했으나 경기 없는 선수를 길거리에서 마주치더라도 이 숙박 규정을 떠올리며 그를 반갑게 맞이해 보자.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테니스코리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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