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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중국이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Korea

중국의 야심 찬 ‘테니스 굴기’, 세계 시장 ‘큰손’ 급부상

박준용, 백승원 객원 기자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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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세계여자테니스협회(이하 WTA)가 지난해까지 미국 뉴헤이븐에서 열린 21년 역사의 코네티컷오픈이 올해부터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대회 개최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WTA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세계 상위 8명만 출전하는 시즌 마지막 대회 WTA투어 파이널의 새 개최지로 중국 선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WTA투어 대회는 선전에서 시작해 선전으로 끝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개혁개방으로 중국 기업들이 테니스 대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나, 중국 테니스의 부흥을 이끌다
최근 세계 스포츠에서 중국 굴기가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종목이 축구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부터 월드컵 본선 진출과 우승 및 개최를 목표로 ‘축구 굴기’ 기치 아래 대표팀과 자국 리그인 슈퍼리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테니스도 궤를 같이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테니스가 정식종목에 다시 채택된 후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한 중국은 적어도 인프라 측면에서는 4대 그랜드슬램이 열리는 호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테니스 선진국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보다 기량이 떨어져 아시아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중국 내에서 테니스가 비인기스포츠라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 코치들을 영입하고 자국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대회를 개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윔블던과 겹치는 자국 전국 대회의 날짜를 변경하는 등 세계 무대와 흐름을 같이 했다. 그리고 리나의 등장이 중국 테니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2년 중국 우한에서 태어난 리나는 2011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남녀 통틀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리나. 사진= GettyImagesKorea
 
당시 결승을 시청한 중국 인구는 약 3억3천만명에 달했고 리나는 중국에서 일약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리나에 앞서 중국 선수들의 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테니스 여자복식에서 리팅과 쑨톈톈이 금메달, 2006년 호주오픈과 윔블던 여자복식에서 얀 지와 젱지에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도화선이 됐고 리나의 프랑스오픈 우승이 횃불이 돼 중국 전역에 테니스 붐이 일었다.
 
리나의 우승이 중국 테니스에 미친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테니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1980년대 중국 테니스 인구는 약 100만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1천4백만명으로 추산된다.
 
또 중국 전역에 약 3만면의 테니스 코트가 설치됐다. 또 리나가 스포츠 부자가 되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 테니스는 신분 상승의 상징이 됐다. 마이클 루바노 상하이마스터스 토너먼트 디렉터는 “어린이들이 스포츠를 한다면 신분 상향 스포츠인 테니스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 육성과 지원 아끼지 않는 중국
리나가 2014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후 어떠한 중국 선수도 그랜드슬램 정상에 오른 선수는 없지만 여자 선수의 경우 6월 17일 기준 총 4명의 여자 선수가 톱100에 포진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협회가 유망주들을 외국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각 성(省)에서는 소속 선수들에게 투어 비용을 지원하는 데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대표팀 관리다. 중국 남녀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의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주전 A팀과 후보 B팀 등 5명씩 두 팀으로 운영된다. 대표팀 선수들은 상금의 50%를 협회에 반납해야 하지만 투어 비용 전액을 협회로부터 지원받는다.
 
올해 호주오픈 여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장 슈아이. 사진= GettyImagesKorea
 
중국 타이탄 매거진의 벤도우 장 기자는 “중국 정부 주도 하의 시스템은 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 육성에 있어 '다양성'이 늘어나고 있다. 선수들은 중국 내 테니스 클럽을 다닐 수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어린 자녀들을 미국이나 유럽으로 테니스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기업이 특정 선수를 후원하는 방법은 현재 중국에서 흔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장성과 장쑤성에서 지도 생활을 한 임규태 전 국가대표는 “대표팀 선수 두 명에 한 명의 코치가 전담 지도하고 선수가 원하면 성에서 개인 코치를 지원해 준다. 또 중국 대표 선수들에게는 비자 없이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관용여권과 비슷한 여권이 발급된다”고 전했다. 이어서 “아직 중국 내 테니스 인기가 축구에는 못 미치지만 여자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각 성에는 테니스팀이 있는데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세계 무대다”고 밝혔다.
 
중국 남자 선수는 장제가 가장 높은 225위일 정도로 여자에 비해 성적이 미비하지만 2017년 US오픈 주니어 단복식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오른 우이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에 대해 벤도우 장 기자는 “중국 테니스인들 사이에서도 의아한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녀 테니스 선수의 트레이닝과 지원 시스템의 큰 차이는 없다”면서 “중국 내 어린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우상이나 롤모델로 삼을만한 자국 선수가 없지만 어린 여자선수들은 모두 자신들이 차세대 '리나'가 되고 싶어 할 정도로 확실한 우상이 있다. 또 아시아 남자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기 힘든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도 “많은 중국 여자 선수들이 리나가 문을 연 후 세계 100위 안에 진입하고 있다. 여자 테니스가 중국에서 남자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리나 등 여자선수들이 거둔 성공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투자가 계속 이어지면 남자 선수들도 여자 선수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WTA의 큰손 중국
리나의 성공은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시장 개척을 추진하던 WTA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중국 테니스는 날개를 달았는데 특히 투어대회 유치에 적극적이다.
 
리나가 프로에 데뷔한 1999년 중국에는 단 한 개의 투어 대회도 없었지만 올 시즌에는 ATP 4개와 WTA 10개(홍콩오픈과 125K 시리즈 포함) 등 아시아에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2019시즌 기준 중국은 미국을 따돌리고 가장 많은 WTA 투어를 개최하는 국가가 됐다. 또 ATP투어 250, 500, 1000시리즈 대회가 열린 국가는 미국에 이어 중국이 두 번째다.
 
대회 수준과 상금도 매우 높다. 상하이마스터스는 ATP투어 대회 중 등급이 가장 높은 1000시리즈, 차이나오픈은 1000시리즈 바로 아래 단계인 500시리즈다. WTA 투어는 가장 낮은 125K 시리즈부터 가장 높은 프리미어까지 모든 등급의 대회가 열리고 있다.
 
투어대회는 중국 지역의 테니스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한오픈이다. 후베이성은 우한이 리나의 고향이라는 점을 앞세워 일본 도쿄에서 열리던 팬퍼시픽오픈을 인수했고 2억2천500만달러(약 2천552억원)를 투자해 윔블던 센터코트와 맞먹는 1만5천석 규모의 경기장을 건설했다.
 
지난 2014년부터 WTA투어 대회 중 ‘프리미어 맨다토리’에 이어 두 번째로 등급이 높은 ‘프리미어5’ 대회로 열리기 시작한 우한오픈에는 총 70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뿐만 아니라 후베이성 내 대학에서 매년 많은 학생이 테니스 학위를 받고 있다.
 
스테이시 앨러스터 전 WTA CEO는 “중국에서 WTA의 아시아 성장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2011년 리나의 프랑스오픈 우승이 아시아에서 테니스 인기가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 리나는 최근 10년간 세계 여자 테니스의 성장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다. 그녀는 중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테니스의 문을 열어준 선구자다”라며 리나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개혁개방으로 급성장한 중국 기업들도 테니스에 적극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어촌에 불과했지만 경제개혁과 개방으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발전한 선전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업체 젬데일이다.
 
젬데일은 지난 22년 동안 5000면 이상의 테니스장을 건설했고 WTA투어 파이널을 위해 1만2천명의 수용 능력을 갖춘 첨단 실내 테니스장을 건설했다. 대회 총상금도 기존의 2배 규모인 1천4백만달러(약 149억)로 증액했다. 이는 ATP투어 파이널 상금보다 많은 액수다. 또 전국 저개발 지역에서 테니스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그랜드 젬데일 테니스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의 2번 쇼코트 이름이 대회 후원사 중국 바이주 업체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진= 테니스코리아
 
중국 바이주 업체 루저우 라오자오는 지난해 10월 호주오픈과 향후 5년간 6천50만달러(약 680억원)의 후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호주오픈이 중국 기업과 맺은 스폰서 금액 중 역대 최다다. 후원 계약에 따라 2번 쇼코트 이름이 루저우 라오자오의 대표 브랜드 ‘궈자오 1573’에서 따온 ‘1573 아레나’로 변경됐고 센터코트 로드 레이버 아레나 A보드에는 ‘1573’이 도배했다시피 해 메인 스폰서 기아자동차에 이어 가장 많은 광고효과를 누렸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스마트 제조 업체 오포가 테니스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윔블던과 5년 간 스폰서십을 맺기도 했다.
 
지난 4월 윔블던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왼쪽부터)헨만 AELTC 위원, 브라이언 센 오포 부사장, 믹 데스몬드 AELTC 광고 미디어 디렉터
 
중국이 큰손으로 떠오르자 세계 테니스 시장에서 중국을 극진히 모시기에 나섰다. 먼저, 그랜드슬램 홈페이지는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WTA는 아시아 지부 사무실을 중국에 개설했다. 2017년에는 중국 최고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iQIYI와 디지털 스트리밍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테니스 팬들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여자 테니스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호주오픈을 주최하는 호주테니스협회는 리나가 2014년 대회에서 우승하자 호주오픈을 아시아/태평양 그랜드슬램으로 재설계했고 2015년부터 매년 중국 선전에서 호주오픈 아시아/태평양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주가 중국에서 증가하는 테니스 관심보다 제5의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중국을 의식해 아시아/태평양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를 중국에서 개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상하이마스터스 센터코트. 사진= GettyImagesKorea
 
벤도우 장 기자는 “중국에는 재정적으로 부유한 도시가 많다. 이 도시들은 국제화 이미지와 경제 부흥을 위해 세계 정상급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면에서 세계 인기 스포츠인 테니스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다”라면서 “자금이 넉넉한 중국 기업들도 자신들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넓히기 위해 세계 테니스 대회에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테니스 대회가 자신들의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백승원 객원기자, 사진= 테니스코리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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