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메드베데프가 볼보이가 건넨 타월을 던지고 있다. 사진= GettyImagesKorea

[US오픈] ‘매너 vs 비매너’ 극과 극

박준용 기자
2019-09-04
카카오톡 공유하기
테니스는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중요시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다. 한 예로 상대를 배려하는 뜻에서 ‘0’을 제로 대신 ‘러브(love)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재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US오픈에서 테니스의 본질을 망각하는 선수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올해 23살 러시아 톱랭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5위)다.
 
그는 9월 3일(현지시간)에 열린 남자단식 8강에서도 2016년 대회 우승자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24위)를 꺾으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4강이라는 감격을 누렸지만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펠리치아노 로페즈(스페인, 61위)와의 3회전에서 비매너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는 경기 도중 경기가 풀리지 않자 볼보이가 건넨 타월을 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경고를 받자 베이스라인에 있던 메드베데프는 라켓을 네트를 향해 던진 후 체어 엄파이어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체어 엄파이어에게 항의하고 있는 메드베데프
 
그의 몰상식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치열한 랠리 도중 로페즈의 백핸드 스매시에 실점하자 네트 가까이 있던 메드베데프는 베이스라인으로 돌아가면서 손가락 욕을 했다.
 
이 장면이 경기가 열린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의 전광판을 통해 보여지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큰 목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승리를 거둔 후에는 손을 귀에 대는 세리머니를 펼치자 경기장은 다시 한번 관중들의 야유로 뒤덮였고 일부 관중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실점하자 손가락 욕을 하고 있는 메드베데프
 
또 메드베데프는 온코트 인터뷰에서 “여러분 모두가 오늘 잠자기 전에 이 사실 하나만은 확실히 알아주었으면 한다. 오늘 여러분이 보내준 에너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여러분이 더욱더 이럴수록 나는 더 많이 이길 것이다”라는 약 올리는 말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부적절한 행위로 9천달러(약 1천만원 벌금 징계를 받은 메드베데프는 4강에 오른 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메드베데프의 상식에서 어긋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윔블던 1회전에서 당시 세계 3위 스탄 바브린카(스위스)를 꺾은 그는 2회전에서 예선 통과자 루벤 베멜만스(벨기에, 당시 124위)에게 패하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체어 엄파이어를 향해 동전을 던지기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곧바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패배에 크게 좌절했었다”라며 반성했지만 윔블던 조직위는 그에게 1만4천5백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원조 악동’ 존 매켄로(미국)의 후계자 닉 키리오스(호주, 30위)도 이번 US오픈에서도 막말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US오픈이 열리기 전 ATP투어 1000시리즈 웨스턴앤서턴오픈에 출전한 그는 카렌 하차노프(러시아, 9위)의 32강에서 체어 엄파이어에게 욕을 하고 라켓을 부러뜨리고 마음대로 코트를 떠나는 사고를 쳤다. 세계남자테니스협회(ATP)는 즉시 11만3천달러(약 1억3천만원)라는 사상 최고액 벌금을 부과했다.
 
US오픈 1회전 승리를 거둔 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키리오스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ATP는 부패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키리오스는 자신의 SNS에 “나는 공식적으로 ATP가 부패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그것은 올바른 단어 선택이 아니었다”라고 사과했지만 ATP로부터 출전정지 위기라는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메드베데프와 키리오스와 달리 매너가 돋보인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1회전에서 권순우(CJ제일제당 후원, 당진시청, 90위)의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둔 우고 델리엔(볼리비아, 84위)이다.
 
권순우는 네 번째 세트 자신의 서비스 게임인 3-2에서 양쪽 허벅지 경련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권순우는 언더 서브를 넣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걸음 떼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 보였고 결국 기권했다.
 
권순우가 대회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신의 벤치로 가는 사이 델리엔은 코트에 있던 권순우의 라켓을 주우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9MZ4ZKCU7XB7WXQ9QYXV.jpg
델리엔이 권순우의 라켓을 챙기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한 권순우를 대신해 직접 권순우의 가방을 챙기는 델리엔
 
델리엔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올해 26살 델리안은 이번 US오픈이 올 시즌 첫 하드코트 대회 출전으로 주로 클레이 코트 대회에만 출전하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선수다.
 
권순우에게 기권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본선 승리와 하드코트 본선 첫 승리를 동시에 챙겨 기쁠 법도 한 델리안은 세리머니를 전혀 하지 않은 채 권순우가 휠체어를 타고 코트를 떠나자 벤치에 있던 권순우의 테니스 가방을 직접 챙겨 권순우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US오픈에서 완벽 부활을 알린 정현(제네시스 후원, 한국체대, 170위)도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난 후 상대 선수와 악수할 때 항상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승자에 대한 예우이자 패자에 대한 겸손과 격려의 표시다.
 
adffd.JPG
1회전 승리 후 상대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정현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박준용 기자, GettyImagesKorea, JTBC3 FOX SPORTS 중계 캡처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사)미디어윌스포츠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 1(한강로3가, GS한강에클라트) 201호

대표이사:주원석 / 사업자등록:220-82-06977

통신판매신고:2016-서울서초-0967호/개인정보관리책임자:김홍주

팩스:02-755-5079 / 구독문의:070-7123-1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