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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명예의 전당의 헌액된 전 세계 1위 클리스터스가 내년 시즌 복귀를 선언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前 세계 1위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의 복귀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백승원 객원 기자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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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 전 세계 1위 킴 클리스터스(벨기에)가 “2020시즌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테니스계가 하루 종일 들썩였다. 클리스터스의 복귀 소식이 채 가시기도 전, 그 다음날 ‘코트의 패셔니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타티아나 골로방(프랑스)도 복귀를 알리면서 세계 테니스 팬들은 이틀 연속 추억 스타들의 리턴을 반겼다. 이 둘의 복귀가 몇 년 동안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WTA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9월 12일 클리스터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7년 동안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돌보며 살았다. 엄마로서의 삶도 좋았지만 프로 테니스 선수로서의 삶 역시 좋았고 선수 때 느꼈던 감정이 그리웠다”라면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 두 가지와 함께 하려 한다”며 내년 시즌 복귀를 선언했다.
 
클리스터스는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아카데미를 운영하였고 지난해 7월 소라나 크르스테아(루마니아)의 코치로 잠시 코트에 복귀했었다. 클리스터스는 복귀와 관련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면의 내가 복귀라는 도전을 이끌었고 지금이 바로 복귀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더 이상 무엇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투어 복귀 자체가 또 하나의 도전이다”며 복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나는 테니스를 사랑한다. 다시 프로 생활을 하게 된다면 과연 예전 기량으로 얼마만큼 돌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클리스터스는 이미 2007년 첫 은퇴 후 2009년 복귀한 경험이 있다. 2007년 23살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녀는 “매일 아침 재활 치료의 고달픔을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다”라면서 갑자기 코트를 떠났다. 그해 결혼한 클리스터스는 이듬해 딸을 낳은 후 2009년 코트에 돌아와 2009년과 2010년 US오픈, 2011년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US오픈 시상식에서 딸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테니스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2010년 US오픈 우승 당시 딸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클리스터스. 사진= GettyImagesKorea
 
클리스터스가 복귀를 선언한 다음 날 골로방도 “나 자신을 재발견하고 싶다”라면서 “사실 작년부터 막연히 복귀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여름이 지나면서 복귀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복귀에 대한 나의 동기는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나에 대한 재발견이다”라면서 “지나고 보니 이제서야 나는 ‘운동선수’로서의 나 자신이 바로 나 스스로를 가장 잘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의 복귀 소식에 세계 테니스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먼저, 아얄라 톰야노비치(호주)는 “나는 어린 시절부터 클리스터스의 팬이었는데 그녀가 복귀한다니 정말 멋지다. 작년 로마 대회 직전에 클리스터스와 그녀의 아카데미에서 연습했는데 당시에도 그녀의 공은 위력적이었다”라면서 “테니스만 놓고 본다면 그녀의 복귀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은퇴한 선수들이 복귀하는 것은 테니스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해 두 선수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호주 출신의 전 세계 복식 1위이자 현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르네 스텁스는 “클리스터스의 복귀는 멋진 일”이라면서 “US오픈 레전드 매치에서도 클리스터스는 짐 쿠리어(미국)의 서브에 멋진 리턴을 보여줬다. 그녀는 여전히 공을 잘 치고 서브도 좋다. 투어 생활이 가능한 몸을 만들면 충분히 성공적인 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전 남자 세계 1위 앤디 로딕(미국)도 자신의 SNS에 ‘당신이 보여요!’라는 글을 올리며 클리스터스의 복귀를 반겼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은 급이 다른 선수다. 클리스터스는 이미 1차 은퇴하기 전 세계 1위와 그랜드슬램 우승(05년 US오픈)을 달성했고 복귀한 뒤에는 3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추가했다. 또 프로선수생활을 한 15시즌 동안 523승 127패, 승률이 80%를 넘는다. 클리스터스는 은퇴 후 복귀 성적이 더 좋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는 첫 은퇴 전 11시즌 동안 427승 104패, 34개의 투어 우승타이틀을 쌓았다. 하지만 1차 은퇴 복귀 후 4시즌 동안 96승 23패를 기록했고 보유하고 있는 4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 중 3개를 이때 획득했다. 2012년 2차 은퇴 직전 그녀는 엉덩이와 발목 부상으로 투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012년 US오픈 2회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에 비해 골로방은 단식 최고랭킹 12위,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2006년 US오픈에서 작성한 8강이고 프로 통산 7시즌 동안 165승 93패, 승률 68%에 불과할 정도로 클리스터스의 기록에 한참 못 미친다.
 
골로방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상으로 아쉽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빨리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2008년 5월 독일 베를린 대회 1회전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에게 패한 후 베이징올림픽과 US오픈에 출전할 계획을 세웠다. 골로방은 베이징올림픽 복식 파트너까지 정했지만 만성 등 염증으로 짧은 테니스 인생을 마쳤다.
 
이제 골로방은 자신이 프로 생활을 했던 7년보다 더 오랜 기간인 13년만에 복귀를 준비한다.
 
현재 테니스 해설가로 활동 중인 골로방이 코트에 돌아온다. 사진= GettyImagesKorea
 
두 선수는 과연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의 복귀가 커리어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2013년 윔블던 우승 후 은퇴했던 마리온 바톨리(프랑스)는 2017년 12월, 2018시즌 복귀를 발표했으나 연이은 부상으로 복귀를 철회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은퇴 후 다시 코트에 돌아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의 복귀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골로방은 당장 10월부터 투어 복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관련 사진들을 자신과 프랑스협회의 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클리스터스 역시 복귀 발표와 함께 동영상을 제작해 자신의 SNS에 올리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시즌 시작일인 1월 첫째 주 기준, 클리스터스는 36세, 골로방은 31세가 된다. 10월 28일 기준 WAT 최고령 선수는 40살의 세계 407위 그레다 아른(헝가리)이다. 톱100에 35살 이상의 선수는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미국), 사만다 스토서(호주) 등 3명이 있다.
 
물론 이 중에서 클리스터스처럼 세 아이의 엄마인 선수는 없지만 윌리엄스 자매의 경우 클리스터스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여전히 코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의 복귀가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했던 WTA 선수들의 사례가 참고될 수 있다.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2001년부터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2001년과 2002년 각각 오른쪽, 왼쪽 발목 수술을 한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으며 결국 계속된 부상으로 2003년 2월 22세의 나이에 은퇴를 발표했다.
 
힝기스는 은퇴 당시 40개의 단식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통산 209주간 1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10대에 5차례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고 통산 471승 100패로 승률이 83%를 넘었다.
 
은퇴 후 이벤트 대회에만 모습을 보이던 힝기스는 2005년 7월, 이벤트 단식에서 톱100을 연달아 꺾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2006년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복귀 후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8강(06, 07년 호주오픈, 06년 프랑스오픈)에 불과했으며 투어 우승도 3차례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복귀 후 승률 역시 77승 35패로 승률 69%에 머무르는 등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2007년 금지약물 논란에 휩싸여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2년간 활동정지 징계를 받고 코트를 떠난 힝기스는 2015년 페드컵 이후 공식 단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고 복식도 2017년을 끝으로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알프스 소녀 힝기스(왼쪽)는 은퇴 후 복귀하면서 세계 복식 1위에 올랐지만 단식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전 세계 1위 저스틴 에넹(벨기에) 역시 은퇴 번복 후 복귀했으나 은퇴 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넹은 두 차례 모두 갑작스러운 은퇴를 발표했다. 그녀의 첫 은퇴는 2008년 5월 14일이었다. 당시 세계 1위였던 그녀는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하면서 WTA에 자신의 랭킹을 바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슬픔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이미 20여 년 동안이나 테니스 하나에만 집중했는데 이제야 그 부담을 놓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자선사업과 테니스 학교에 집중하겠다”라며 자신의 인생 2막에 대해 전했다.
 
그녀는 처음 은퇴하기 전 493승 107패, 승률 82%를 기록했고, 그랜드슬램에서 총 7차례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녀는 자국 동료 선수 클리스터스와 함께 WTA 쌍두마차를 형성했는데 당시 팬들은 두 선수의 경쟁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은퇴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기록적인 면에서 에넹이 모두 조금씩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에넹의 한 손 백핸드는 ‘백핸드의 교과서’라고 소개되기도 할 만큼 완벽했다.
 
한동안 코트에서 볼 수 없었던 에넹은 2009년 9월 벨기에의 한 언론을 통해 2010시즌 복귀를 발표했다. 그녀는 “2009년 페더러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과 리스터스의 컴백 후 US오픈 우승이 컴백의 영감이 되었다”라며 복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은퇴 번복 후 돌아온 무대에서 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이지 못한 에넹. 사진= GettyImagesKorea
 
하지만 그녀의 복귀는 매우 짧았다. 2010년 복귀와 동시에 2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2010년 클리스터스와의 윔블던 4회전에서 경기 도중 넘어지며 다친 오른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결국 그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부상 악화로 2011년 1월 또다시 은퇴를 선언했다.
 
ATP에서는 대표적인 복귀 실패 사례가 한 번 있었다. 그 주인공은 그랜드슬램 11회 우승에 빛나는 비외른 보리(스웨덴)이다. 그는 그라파이트 라켓이 사용되던 1991년 34세의 나이에 자신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 사용하던 우드 라켓으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1993년까지 단식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시 은퇴했다.
 
힝기스와 에넹의 사례로 볼 때 클리스터스와 골로방의 복귀 역시 예전만큼의 기량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의 성적을 단지 은퇴 전후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두 선수는 모두 적지 않은 나이에 심지어 엄마 선수로서 복귀를 선택했다. 하지만 두 선수가 복귀 소감에서 말한 결심과 다짐을 잘 유지한다면 두 선수의 복귀는 남들이 보는 일반적인 ‘성공’과 ‘실패’로 구분 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두 선수의 도전은 2020시즌 WTA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백승원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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