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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인생 20년’을 마무리하는 이예라

박준용 기자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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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지난 10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한국선수권 8강에서 이예라는 어쩌면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기 내내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매치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그녀의 첫 서브는 폴트가 됐다. 그때 이예라는 '진짜 마지막이구나'하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쳐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관중과 동료 선수들도 눈물을 흘렸고 코트는 숙연해졌다. 하지만 이예라는 시간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타임 바이올레이션을 받았다. 시간을 더 끌면 경기가 허무하게 끝날 수 있어 이예라는 최선을 다해 코트와 이별하려고 경기를 이어갔고 결국 패했다.
 
이예라는 "두 번째 서브를 넣으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힘들었던 순간이 필름처럼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도 그렇게 많이 울지는 몰랐다. 그래도 마무리를 잘한 것 같다"며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 양구 비봉초등학교에 다니던 10세 때 선생님의 권유로 라켓을 잡은 이예라는 주문진중, 강릉정보고를 거치는 동안 국내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162cm의 작은 키를 보완하려고 그 누구보다 코트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고등학교 때 여자 선수가 버티기 힘든 타이어 끄는 훈련을 하면서도 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 때문에 그녀는 연습벌레로 통했다.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이러한 것들이 쌓여 자신이 테니스를 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고2 때는 한솔제지의 후원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 도전했고 고3 때인 2005년에는 벤디고서키트(총상금 5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처음 태극마크를 다는 등 조윤정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이예라는 "당시 세계 무대에 뛰고 싶었는데 한솔제지에서 제의가 와 너무 기뻤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하지 못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랜드슬램 예선에는 출전했지만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고 2008년 9월에 기록한 178위에서 더는 올라가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은 것 같다. 처음 라켓을 잡을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테니스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국가대표라는 새 목표가 생겼지만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다. 그나마 그랜드슬램에 뛰는 것이 최종 목표에 가까웠던 것 같다. 목표가 없다 보니 테니스에 대한 의욕도 사라졌다. 세계 50, 100위 진입 같은 목표를 설정했더라면…"
 
이예라는 투어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에 가슴 아파했다.
 
그녀는 "'외국 대회에 출전한 만큼 세계랭킹이 왜 오르지 않느냐?' '플레이가 왜 그러냐?' 등 많은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다 보니 외국 선수들보다 한계가 빨리 오는 것 같다. 나의 테니스를 정립하는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011년 6월 한솔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이예라는 이후 약 3개월 동안 라켓을 잡지 않았다. 당시 이예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가슴앓이를 했다. '다른 선수들이 못한 경험을 충분히 해 테니스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지도자 유학을 떠날까' 아니면 '국내 실업팀에 가느냐'를 고민한 끝에 이예라는 실업팀에 입단하기로 했다.
 
이예라가 국내로 리턴한다는 소식에 많은 실업팀이 그녀에게 입단 제의를 했다. 그중 몇몇 팀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예라는 훈련 여건이 좋고 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위해 NH농협은행을 선택했다.
 
국내 무대에 이예라의 적수는 없었다. 2012년에 6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5관왕, 2014년에는 4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특히, 2013년 WTA투어 코리아오픈에서는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자력 본선 2회전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여수오픈 결승에서 왼쪽 손목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은퇴를 결심했다.
 
 
코트에서 보낸 20년의 시간 동안 이예라는 단 한 번도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주변의 달콤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테니스를 하기 싫은 때는 있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테니스는 나의 전부이고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20대 때는 또래 친구들처럼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둘 다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노는 것을 포기하고 테니스만 열중했다."
 
현재 이예라는 여행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반 사람에게 평범한 삶일지 모르지만 이예라는 익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오랫동안 오전 7시 23분에 맞춰져 있던 알람도 지금은 꺼져 있다.
"숙소 짐을 정리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은퇴식 후 1주일 동안은 숙소에 들어가야 할 것처럼 계속 시계를 쳐다봤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정말 테니스를 그만뒀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어나면 휴가를 받은 기분이지만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은사님도 찾아 뵀다."
 
이제 이예라는 은행원으로 제2의 인생을 출발한다. 하지만 설레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만 해 두렵다. 사회성도 떨어지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근무 지점이 정해질 때까지 공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테니스가 아니었더라면 평범하게 살았을 자신에게 테니스를 가르쳐주고 옆에서 큰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고(故) 이정명 감독님을 비롯해 최주연 선생님, 이승수 선생님, 박용국 감독님, 김동현 코치님 그리고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후원해준 한솔제지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또 저의 든든한 지원군 부모님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 제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그 정도로 저를 많이 지지해 주셨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예라는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안 되지만 요즘 후배들의 경기를 보면 정신적으로 무장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국내에 안주하려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테니스 선수라면 세계 무대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힘들지만 무엇인가 해냈을 때 희열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많은 선수가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년의 테니스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이예라. 걱정이 앞선다고 하지만 현역시절 성실하고 겸손했던 그녀의 모습은 한결같을 것이다. 지금은 꺼져 있는 알람이 다시 울리는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
 
글= 박준용 기자, 사진= 최대일(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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