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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넣기 전 엉덩이에 낀 바지를 빼는 나달. 사진= 테니스코리아

루틴으로 징크스를 넘어서라

박준용 기자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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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서브를 넣기 전 엉덩이에 낀 바지를 뺀 후 양쪽 어깨와 코 그리고 귀를 차례대로 만진 뒤 서브를 넣는다.
 
긴 동작 때문에 나달은 종종 타임 바이올레이션을 받는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달이 이러한 동작을 취하는 것은 루틴 때문이다.
 
루틴이란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을 뜻하는 컴퓨터 용어이지만 스포츠에서는 어떠한 동작을 하기 전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반복적 행동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많은 테니스 선수들은 나달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이 있다. 선수들이 루틴을 행하는 이유는 불안감과 초조함 해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루틴과 징크스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징크스(Jinx)란 미국 속어로 재수 없는 물건, 불운 등 명사로 쓰이기도 하고, 불행을 가져오다, 트집 잡다 등의 동사로 쓰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라는 새 이름에서 유래했다. 원래는 불길한 징후를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선악을 불문하고 불길한 대상이 되는 사물 또는 현상이나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 등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 우리나라는 숫자 4 등이 불길함을 상징하고, 아침에 까마귀가 울거나 못 볼 것을 봤으면 재수 없다고 하는 것도 징크스의 일종으로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면도하면 그 날 경기에서 진다는 것처럼 어떤 조건이 만들어지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것이 징크스다. 하지만 많은 선수가 징크스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만 대처능력이 미숙하며, 해결방법을 잘 모른다.
 
그렇다면 징크스는 왜 생기는 것일까? 과거 한두 차례의 실패를 근거로 앞으로의 일을 짐작해서 좋지 않은 결과만으로 추정하는 것이 징크스의 심리이다.
 
징크스는 자신이 만든 또 하나의 통제수단이다.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해 완성하고 그 안에 갇힌다. 남들은 그러한 상황이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데 자신만 그렇게 된다.
 
결국 징크스는 불안한 심리 때문에 생긴 일종의 미신이며 인과관계보다는 우연의 결과가 더 많다.
 
‘징크스를 깼다’라고 하면 당연히 질 것으로 예상했던 승부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체념하던 일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극복한 것을 가리킨다.
 
루틴으로 불안한 심리를 넘어서자
징크스는 자신감이 없고 마음이 불안할 때 더 큰 위력을 보인다. 실패의 원인을 징크스 탓으로 돌리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는 오히려 자기 발전을 저해하고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징크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루틴을 만들어서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징크스와 루틴이 비슷한 의미로 보일 수 있지만 둘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징크스는 좋거나 좋지 않은 일이 운명적으로 일어날 것이라 믿는 것이고 루틴은 습관적인 행동을 통해 심리적과 육체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골대를 맞춘 팀이 진다는 것은 징크스이고 위에서 언급한 나달이 서브 넣기 전에 하는 행동은 루틴이다.
 
루틴에는 크게 행동적 루틴과 인지적 루틴이 있다. 행동적 루틴은 자신만의 습관적이고 체계적인 동작을 의미하고 인지적 루틴은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모습으로 자기암시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루틴은 경기의 부담감 속에서도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지 않게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평소에 습관적인 동작을 개발시켜 놓게 되므로 불확실한 상황을 줄이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꼭 해야 편하다는 선수들이 많다. 반대로 그중 하나라도 빼먹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음이 불안하다.
 
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 박성희 소장(전 한국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은 "징크스를 루틴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가 무슨 징크스를 가졌는지 알게 된다. 징크스를 루틴으로 바꾸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틴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은 테니스 선수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하는 루틴이다.
 
옐레나 도키치(호주)
- 첫 서브를 넣기 전 공을 5차례 바운드한다
- 두 번째 서브를 넣기 전 공을 2차례 바운드한다
- 서비스 리턴 전에 오른손을 입으로 분다
 
도미니카 시불코바(슬로바키아)
- 시불코바는 "새 공의 냄새가 좋다. 그 냄새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새 공으로 교체되면 공의 냄새를 맡는다
 
 
리샤르 가스켓(프랑스)
-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점수를 획득한 공을 다음 포인트에서도 사용한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페더러는 숫자 ‘8’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래서 윔블던 8차례 우승에도 번번이 실패하는 것일까?
- 경기 전 8개의 서브 에이스를 넣겠다고 생각한다.
- 8자루의 라켓을 가지고 다니며 코트에 8개의 타월이 있어야 한다.
- 다른 코트로 넘어갈 때 습관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존 이스너(미국)
- 서브를 넣기 전에 다리 사이로 공을 바운드한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샤라포바가 서브를 넣기 전 루틴이다.
- 베이스라인 한참 뒤로 나와서 돌아선다.
- 손으로 스트링을 만지며 집중한 후 공을 바운드하면서 베이스라인에 선다.
- 한두 차례 가볍게 점프한다. 이때도 공의 바운드를 멈추지 않는다.
- 왼손으로 공을 잡은 채 양쪽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공을 두 차례 바운드한다
- 괴성을 지르며 서브를 넣는다.
 
그래도 나달만큼 많은 루틴을 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나달은 매번 정확하게 자신의 루틴을 수행한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분석한 나달의 19가지 루틴이다.
 
1. 코트에 들어설 때 반드시 한 손에 라켓을 쥔다.
2. 오른발로 라인을 넘는다. 당연히 라인은 밟지 않는다.
3. 벤치에 도착하면 가방을 내려놓고 ID카드 정면을 위로 향하게 놓는다.
4. 엉덩이에 낀 바지를 빼는 동작을 자주 한다.
5. 상대 선수와 체어 엄파이어를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벤치에서 웜업을 한다.
6. 점프하면서 겉옷을 벗는다. 이때 시선은 항상 관중석을 향해 있다. 
7. 세 병의 음료 보충제를 꺼내 두 병은 냉장고 보관을 위해 볼퍼슨에게 건넨다. 상대 선수와 체어 엄파이어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8. 항상 같은 방법으로 에너지 젤을 먹는다. 봉지의 윗부분을 뜯고 양쪽 측면을 접으면서 빨아 먹는다.
9. 코인 토스를 하는 동안 계속 점프를 한다.
10. 지그재그로 뛰면서 베이스라인을 향해 뛴다.
11. 관중석에서 가족의 위치를 찾는다.
12. 경기 전 항상 찬물로 샤워한다.
13. 포인트가 끝날 때마다 볼퍼슨에게 타월을 달라고 한다.
14. 엔드 체인지 때 체어 엄파이어석 앞에서 상대가 먼저 가도록 기다린다.
15. 음료 보충제는 한 모금만 마신다.
16. 물도 한 모금만 마신다.
17. 항상 똑같은 위치와 간격으로 물과 음료 보충제를 놓는다.
 
 
18. 양쪽 어깨, 코, 왼쪽 귀와 코, 오른쪽 귀의 순으로 만진다.
19. 경기 도중 셔츠를 갈아입을 때 셔츠를 벗고 타월로 몸을 닦은 뒤(가끔 신발끈과 머리끈을 다시 묶거나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함) 새 셔츠를 입는다.
 
글= 박준용 기자, 사진= 테니스코리아,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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