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4대 그랜드슬램 중 최고 상금을 자랑하는 US오픈의 센터코트 아서 애시 스타디움.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 선진국 주니어 육성에서 길을 찾다①- 미국편

전채항 객원 기자
2019-03-25
카카오톡 공유하기
뿌리가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곧 그 종목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현재 한국 테니스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정현(한국체대)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정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육성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매주 한 차례씩 테니스 선진국의 주니어 육성법을 살펴보고 한국 테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1. 국가 주도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 정상에 재도전하는 미국
2. ‘흙’에서 주니어를 키우는 스페인
3. 적극적인 협회의 지원으로 꽃피우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
4. 영국과 스페인의 장점을 골고루 보유한 프랑스
5. 충실한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러시아
6. 강력한 자생력의 상징, 호주
7. 집중 투자와 뛰어난 인프라로 세계 무대와 어깨를 겨룬 일본
8. 사회주의에서 꽃피운 대륙의 성공, 중국
 
국가 주도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 정상에 재도전하는 미국
지금이야 한풀 꺾였지만 미국 테니스는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 윌리엄스 자매, 앤디 로딕, 모니카 셀레스 등 가장 많은 세계 1위를 배출한 국가이다. 미국에서 끊임없이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주니어 선수 육성법에 있다. 총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각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테니스 선수를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알맞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과외(Private Tutor)라 불리는 개인 강습이다. 고전적인 방법이자 가장 편리하지만 자녀에 가장 적합한 코치를 직접 선별하고 코칭 방법을 주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본인이 테니스에 일가견이 있고 서브 코치로서 활동할 능력이 있는 부모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여자 선수의 경우 부모가 코치를 맡아 함께 투어를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누구보다 가까운 부모 곁에서 함께 조언해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고 자녀 입장에서도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함께 방과 전후 레슨을 통해 훈련을 병행하는 등 인성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코치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1억원 가까운 비용을 코치 선임과 레슨비, 코트 대여비 등으로 지출해야 하며 좋은 코트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각종 주니어 대회 스케줄을 관리하고, 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부모가 자녀와 함께 개인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많은 번거로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워낙 큰 대륙이기에 한 번 이동 시 수 시간 운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전담 매니저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부모가 맞벌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 전통적인 방법은 이어서 언급할 테니스 아카데미가 형성되기 이전 90년대 스타들 사이에선 당연시되던 방법이다. 샘프라스, 마이클 창, 메리 조 페르난데즈 등 다수의 미국 선수들이 이 방법을 통해 프로 선수로 성공했다.
 

전통적인 방법 개인 강습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샘프라스
 
 두 번째는 테니스 아카데미다. 개인 레슨에서 간과되는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 및 체계적인 훈련을 병행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며 2000년대부터 성황리에 유행한 방법이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IMG아카데미(전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는 테니스 아카데미의 선구자로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볼리티에리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미군 출신으로 사실 테니스와 전혀 관련이 없었으나 전역 후 테니스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지금의 아카데미를 설립해 애거시, 짐 쿠리어, 모니카 셀레스 등 유망주 발굴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마리 피에르스(프랑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의 유명 선수들의 주니어 시절을 전담 마크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IMG아카데미에 이어 최근에는 유명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아카데미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설립한 플로리다 소재의 에버트 아카데미는 유망주 발굴로 톡톡히 이름값을 하고 있는데 매디슨 키즈, 로렌 데이비스, 제시 리바인 등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발굴했으며 존 매켄로가 이끄는 매켄로 아카데미(뉴욕 소재)는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우승자 노아 루빈을 육성하는 등 가장 떠오르는 아카데미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오픈 여자 주니어 단식 우승과 준우승은 미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우승자 휘트니 오스귀(왼쪽)는 IMG아카데미 출신이고 준우승자 클레어 리우는 USTA Player Development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됐다
 
테니스 아카데미에 등록할 경우 합숙 훈련을 통해 숙식부터 훈련, 학업까지 모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단 한 명의 코치가 아닌 여러 코치를 통해 다양한 전술 및 전략을 배울 수 있고 또래의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며 자체 평가전 및 각종 대회 출전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거쳐야 하며 평가 후 선수의 가능성을 점검한 코치진이 입학할 선수를 결정하게 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비용은 만만치 않은데 에버트와 메켄로 아카데미는 연간 약 7천만원이 필요하며 가장 비싼 IMG아카데미의 경우 약 8천8백만원의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비용이 준비된 가정하에 전문가에게 맡기길 원하는 부모는 테니스 아카데미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미국의 경우 프로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장학생으로 미국 대학에 입학해 NCAA라는 미국 대학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데 테니스 아카데미 출신이면 대학교 입학에 더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기에 불투명한 미래를 위한 대비책으로 이 방법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세계 테니스 스타 양성소 ‘IMG아카데미’
 
세 번째는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USTA Player Development’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8년부터 USTA가 시행한 프로그램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조기에 발견, 이들을 긴밀하게 관리해 성공적인 프로 선수로 육성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한때 전성기를 이끌던 미국 테니스가 2000년대 후반에 난항에 봉착하자 USTA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의 목적으로 야심 차게 출발한 프로젝트로 미국 전국 19개의 캠프를 운영하며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프로그램 방식은 사설 테니스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합숙 훈련을 통해 주니어 훈련을 하며 기숙사 제공 및 식사 해결은 물론 학교까지 배정해 학업도 충실히 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전담 의료진 및 트레이너를 고용하여 선수들이 몸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식단 관리 및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해 나날이 체력이 요구되는 프로 세계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아가 여름 캠프를 개최해 동급의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장을 마련하고 이 캠프의 상위 3명의 선수는 챌린저급 대회의 와일드카드를 받을 수 있는 상금보다 값진 보상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으로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협회 차원의 지원이므로 당연히 전체 비용은 무료이며 제반 되는 모든 비용은 협회 차원에서 선수 육성을 위해 무상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기에 테니스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3가지 방식 중 1가지에 해당되어야 한다.
 
1)USTA 전임 코치가 전국에 걸친 캠프와 각종 대회를 참관하며 선수를 발굴한다.
2)지역구 캠프 코치들이 자신의 캠프에 있는 선수를 USTA 전임 코치에 추천, 선수를 검증한다.
3)토너먼트 디렉터 또는 부모가 선수의 경기 모습을 DVD에 담아 USTA에 발송, 선수를 검증한다.
 
위 3가지 방식 중 하나에 해당될 경우 선수는 USTA 선수 육성 프로그램의 구성원으로 등록되며 그 순간부터 국가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된 선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슬론 스티븐스, 크리스티나 맥헤일, 더스틴 브라운 등이 있으며, 테일러 프리츠, 프란시스 티아포, 그레이스 민 등 주니어 무대에서 각광 받은 다수의 선수들이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USTA는 미국 전역에서 ‘Player Development’를 운영하고 있다
 
USTA 선수 육성 프로그램의 미래
USTA에서 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상당의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나아가 USTA에서 주최하는 US오픈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US오픈의 수익금 중 연간 약 200만달러(약 22억6천만원)를 선수 육성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 지역별로 운영되고 각종 센터 및 캠프에도 상당한 금액 지원이 수행되고 있으며 매년 8천달러에서 10만달러, 약 1억원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현재 프로 세계를 봤을 때 아직도 미국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고 상위권에서 윌리엄스 자매, 존 이스너, 잭 삭 등 꾸준했던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아 일부에서는 USTA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두터워지고 있는 주니어 선수들의 현황을 봤을 때 조만간 USTA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 더 큰 빛을 발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사)미디어윌스포츠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 1(한강로3가, GS한강에클라트) 201호

대표이사:주원석 / 사업자등록:220-82-06977

통신판매신고:2016-서울서초-0967호/개인정보관리책임자:김홍주

팩스:02-755-5079 / 구독문의:070-7123-1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