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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진국 주니어 육성에서 길을 찾다③- 영국편

전채항 객원 기자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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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곧 그 종목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현재 한국 테니스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정현(한국체대)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정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육성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매주 한 차례씩 테니스 선진국의 주니어 육성법을 살펴보고 한국 테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1. 국가 주도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 정상에 재도전하는 미국
2. ‘흙’에서 주니어를 키우는 스페인
3. 적극적인 협회의 지원으로 꽃피우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
4. 영국과 스페인의 장점을 골고루 보유한 프랑스
5. 충실한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러시아
6. 강력한 자생력의 상징, 호주
7. 집중 투자와 뛰어난 인프라로 세계 무대와 어깨를 겨룬 일본
8. 사회주의에서 꽃피운 대륙의 성공, 중국
 
적극적인 협회의 지원으로 꽃피우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
신사의 나라 영국은 테니스 종주국으로서 테니스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Lawn Tennis Association(이하 LTA)’로 불리는 영국테니스협회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디코트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고 자국의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윔블던을 통해 연간 약 3.3백만 파운드(약 480억원)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 금액을 협회 차원의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원금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어 투자되는데 크게 영국 내 테니스 시설 확충, 협회 지도자 및 트레이너 영입, 유망 선수 및 주니어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니어에 대해서는 LTA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그 체계적인 시스템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흔히 협회 차원에서 주니어 육성을 지원한다면 이미 주니어로 입성한 선수들을 지원하기 마련인데 LTA는 그보다 훨씬 더 앞서 3세의 아이들부터 본격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미래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이 아이들을 위해 LTA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먼저 3~10세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나라의 매직테니스라고 할 수 있는 미니 테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 장비를 이용하기 전 아이들을 위해 특별 제작된 코트와 장비들을 이용하여 테니스에 적응하기 위한 단계인데 LTA는 이 미니 테니스 역시 3~5세, 5~8세, 8~9세, 10~14세까지 총 4개 그룹으로 세분화하여 연령대별 프로그램의 차별화에 신경 쓰고 있다.
 
미니 테니스 외에도 LTA는 중간 단계에서 입문하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 레슨 프로그램 역시 병행 운영하고 있으며 이 레슨 프로그램에는 LTA 소속 코치들이 참여하여 레슨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레슨 프로그램이 2016년 영국이 데이비스컵 우승을 차지한 기념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현재까지 약 5만명의 아이들이 처음 테니스를 접하게 됐으니 현재가 아닌 미래의 영국 테니스 발전을 위한 큰 도약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TA의 어린이 프로그램 중 또 특이한 점은 바로 여아 프로그램과 장애아 프로그램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Miss Hits’라 불리는 여아용 프로그램은 5~8세 사이 여아들만 참여할 수 있는데 영국이 낳은 최고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영국)의 어머니이자 LTA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주디 머레이가 담당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아들이 테니스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게임 위주의 재미있는 프로그램 구성, 친구 간 친목 활동, 여성 캐릭터를 이용한 모바일 활용 등 다소 이색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테니스를 지도하고 있는 주디
 
장애 아동을 위한 테니스는 LTA의 자랑 중 하나다. 이는 LTA 산하 휠체어 테니스가 가능한 코트가 무려 500개 이상 존재하는 인프라에 기인한다. LTA는 장애아동을 위한 특별 레슨을 포함해 단체 집중 훈련이 가능한 테니스 캠프,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프로 선수 육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단계별 코스를 마련하여 장애아동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고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주니어 선수로서의 육성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LTA는 영국을 대표할 수 있는 테니스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총 6단계에 이르는 ‘Player Pathway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7~14세 선수들은 ‘Local Player Development Centre’를 통해 지역 내 계약된 시설과 코치의 도움을 받아 테니스 실력을 배양하게 되며 이 중 우수한 선수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Regional Player Development Centre’라는 프로그램에서 더 폭넓은 교류를 누리게 된다.
 
10~14세 선수들은 3번째 단계인 ‘연령대별 프로그램’을 통해 특화된 트레이닝을 받게 되며 나이가 올라감에 따라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간다. 14세가 되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LTA에 의해 발탁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별도 관리에 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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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용 테니스 프로그램 'Miss Hits' 포스터
 
‘국립 아카데미(National Academy)’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14~18세 선수들은 트레이닝과 함께 본격적인 경기를 병행하게 되며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은 다섯 번째 단계이자 프로 선수로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프로 장학금 프로그램(Pro Scholarship Program)’의 수혜자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후원을 통해 단식 세계 100위 내 또는 복식 세계 32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수가 되면 엘리트 (Elite) 프로그램을 통해 24세까지 코치, 트레이너 지원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비 및 유지비 등 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지원받아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앤디 머레이를 비롯해 로라 롭슨, 헤더 왓슨, 카일 에드먼드, 제레미 머레이 등 수많은 영국 선수들이 프로 장학금 프로그램과 엘리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으며 협회의 지원을 통해 유능한 코치, 트레이너와 함께 투어를 돌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협회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전 세계 1위 머레이
 
LTA는 이러한 펀드를 통해 자국 주니어 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마냥 헌신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엘리트 프로그램의 경우 선수 자신의 상금 수익의 20%를 LTA에 다시 기부하는 조건을 담고 있고 이에 동의하는 선수만 엘리트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다.
 
LTA가 육성한 선수들이 후배를 위해 헌신하게 하는 구조를 갖추며 투자와 성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재투자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해도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헌신하지 않는 선수일 경우 과감히 후원을 중단하기도 한다.
 
예전 미성년자로서 빈 피자박스(정크푸드 금기 조항 위배)와 함께 찍은 사진 및 거친 멘트를 SNS에 올려 구설에 올랐던 데이빗 라이스와 나오미 브로디의 펀드 지원을 즉각 중단한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LTA는 자국의 코치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안드레 애거시(미국)의 코치를 지낸 미국의 브래드 길버트를 영입해 LTA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선수들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영국 테니스의 장밋빛 미래에 앞장서고 있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영국테니스협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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