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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헌신으로 미국에서 테니스 유학을 했다. 사진= GettyImagesKorea

테니스 선진국 주니어 육성에서 길을 찾다⑤- 러시아편

박준용 기자
20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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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은 나무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곧 그 종목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현재 한국 테니스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정현(한국체대)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정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니어 육성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매주 한 차례씩 테니스 선진국의 주니어 육성법을 살펴보고 한국 테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1. 국가 주도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 정상에 재도전하는 미국
2. ‘흙’에서 주니어를 키우는 스페인
3. 적극적인 협회의 지원으로 꽃피우는 테니스 종주국, 영국
4. 영국과 스페인의 장점을 골고루 보유한 프랑스
5. 충실한 기본기와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러시아
6. 강력한 자생력의 상징, 호주
7. 집중 투자와 뛰어난 인프라로 세계 무대와 어깨를 겨룬 일본
8. 사회주의에서 꽃피운 대륙의 성공, 중국
 
러시아 테니스의 근본 ‘테크니카’
러시아는 기후상 실외 테니스가 쉽지 않으며 저변이 그리 좋지 않아 테니스 시설만으로는 강대국에 속하지 못하지만 그동안 예브게니 카펠니코프, 니콜라이 다비덴코, 마라트 사핀, 안나 쿠르니코바, 디나라 사피나, 옐레나 데멘티에바, 마리아 샤라포바 등 수많은 톱스타를 배출한 독특한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결과에는 바로 ‘러시아 시스템’이라 불리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주니어 육성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시스템’은 서방의 다른 나라들과 사뭇 다른 경로를 보이는데 바로 기본과 기술에 충실하고 이를 프로 선수가 될 때까지 또는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에서는 영국, 프랑스와 같이 어린 나이부터 그룹 레슨을 시킨다거나 캠프에 참여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 부모가 코치가 되어 자신의 아이를 전담하는 구조다.
 
물론 러시아에도 테니스 아카데미 또는 캠프가 있긴 하지만 많지 않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여러 명이 모여서 단체 레슨을 받을 경우 기본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유년기에는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기본기를 잡아주는데 여기서 나오는 ‘러시아 시스템’의 대표적인 용어가 바로 테크니카(Technika)다. 러시아어로 테크닉, 즉 기술을 말하는데 러시아에서는 이 테크니카에 오롯이 집중하며 스윙에 기초한 기본기를 다지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테크니카의 집중 요소 중 하나인 이미탓치야(Imitatsiya)는 섀도 스트로크, 즉 공 없이 스윙만 연속적으로 하는 스트로크 연습을 의미한다. 러시아에서는 섀도 스트로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기본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샤라포바다. 그녀는 경기 중 뒤로 돌아 포인트 중간중간 섀도 스트로크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조기교육이 만든 습관이자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이어지는 기본기 연습인 셈이다.
 
이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부모는 전담 코치를 자식에게 붙이고 1:1 레슨을 시행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사실이나 ‘완벽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 시스템’의 원칙은 바로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기 전에는 절대 대회에 내보내지 않고 경쟁보다는 기술, 정신력, 체력, 스케줄링, 회복 등의 기본 요소에 중점을 두고 트레이닝에 임한다고 한다.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러시아 어린이들. 사진= GettyImagesKorea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갖추어진 주니어 선수는 어디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일까? 바로 한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그곳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스파르타크라는 테니스 클럽이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이 클럽은 그동안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선수들의 대다수를 배출했는데 여러 면의 실외코트 외 단 두 면의 실내코트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겨울에는 실내코트만 사용이 가능해 사용자 수가 제한되는데 이때 가장 유능한 주니어 선수들만이 주니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해진다고 한다. 이러한 다소 열악한 환경이 경쟁 심리를 불러일으켜 지금의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모든 주니어 선수들이 스파르타크에 모이는 것은 아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소치는 러시아 남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보여 이곳 테니스 클럽에서 훈련하고 있는 주니어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시설이 한정되다 보니 러시아의 주니어 선수들의 부모 중 재력을 겸비된 부모는 자식을 미국 또는 유럽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쿠르니코바와 샤라포바가 미국에서 유학했으며 스베틀라나 쿠즈넷소바와 다리아 카사트키나 등은 스페인에서 실력을 쌓았다.
 
러시아 선수 중 유학파 선수들은 어느 곳에서 유학했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강력한 스트로크를 무기로 삼아 하드코트를 선호했던 쿠르니코바와 샤라포바의 플레이 스타일과 톱스핀 위주의 스트로크와 슬라이딩 기술을 겸비하여 클레이코트를 선호하는 쿠즈넷소바와 카사트키나의 플레이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주니어 시절의 교육 환경이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각자의 살길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러시아 선수들은 기본기에 충실한 실력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지금도 주니어 시절부터 등장과 함께 톱 클래스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전채항 객원기자,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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