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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은 진중하고 차분한 선수였다.

[맛있는 토크] 도전을 준비하는 '모범생' 손지훈

김진건 기자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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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테니스에 빠져 살고 있는 선수들. 이들이 추천하는 맛집에서 그들의 인생, 사람,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지난 7월 오픈대회(영월오픈, 춘천오픈) 남자단식을 연달아 제패하며 국내 테니스 강자로 우뚝 선 선수가 있다. 바로 국군체육부대 소속 손지훈이다.
 
손지훈은 현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국내 오픈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주변에서 모범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는 그를 부산 동구에 위치한 ‘경성주방’에서 만났다.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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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와 고추장 돼지불백
 
손지훈과 만난 경성주방은 경양식 음식점으로 돈가스와 고추장 돼지불백으로 유명하다. 튀김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유일하게 돈가스 만큼은 즐겨 먹는다. 손지훈은 고추장 돼지불백을, 기자는 돈가스를 주문해 함께 나눠 먹었다.
 
그는 “오늘은 이렇게 주문을 했지만 원래 해산물을 좋아한다. 특히 회를 가장 좋아하지만 거의 먹지 않는다. 탈이 나면 운동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최대한 날음식을 안 먹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식단에 있어서도 그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 대회에 출전할 경우 그는 식단 관리를 어떻게 할까.
 
손지훈은 “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다. 원래 어떤 음식이든 잘 먹지만 적응을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식단을 짠다. 하지만 터키로 갔을 때는 음식 때문에 힘들었다. 워낙 향신료가 강해 버거웠다. 그래서 혹시 몰라 해외로 나갈 때 항상 라면을 챙겨간다”라고 전했다.
 
STORY
 
첫 우승 후 찾아온 기회, 넓어진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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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었던 손지훈
 
손지훈과 테니스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는 “당시 교회 집사님의 추천으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다. 공부보다는 뛰어다니며 운동을 좋아했던 내게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첫 만남을 설명했다.
 
테니스를 즐겼지만 그에게 큰 재능은 없었다. “초등학교 내내 테니스를 했고 대회도 나갔지만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대부분 1회전이나 2회전에서 조기 탈락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드디어 우승을 차지하는 날이 왔다. 중학교 2학년 때 ‘ATF 방글라데시 14세 주니어대회’에서 단, 복식 정상을 차지했다. 첫 우승이 국제대회였지만 손지훈은 방글라데시에서 거둔 우승보다 국내에서 거둔 첫 우승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학생선수권에 출전해 국내대회 단식 첫 정상에 올랐다. 당시 결승 상대는 김재환(국군체육부대)이었다. 또래 중에서 김재환은 가장 잘하는 선수였다. 이전에도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지만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재환에게 거둔 첫 승이 바로 국내대회 첫 우승을 거두게 해 주었던 승리였다. 경기 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아직도 그 순간이 선명히 기억난다”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후 국내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국제대회 출전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미국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와 크리스 에버트 아카데미에서 직접 배운 테니스는 그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ATP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세계 주니어 선수들을 만나면서 우리와 다름을 느꼈다. 우리는 넘기기 바빴다면 그들은 겁이 없었다. 실수의 위험이 있는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공격했고 실패하더라도 눈치를 보거나 머뭇거리는 것이 없었다. 무서울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손지훈은 당시 만났던 선수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니어 선수였지만 지금은 ATP투어 선수로 성장해 활약을 펼치고 있는 노박 데니스(오스트리아)였다. “직접 경기를 했었는데 비매너적인 행동을 했다. 비록 나의 영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다퉜던 기억이 있다. 그런 선수가 지금 ATP투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그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이형택 아카데미에서 1년 7개월간 훈련을 받았고 기술과 정신적인 부분, 자기 관리법 등을 배웠다. 내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 더욱 느끼는 것이 많았다. 이 모든 부분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적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하며 이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꿈에 그리던 장호배 우승… 그리고 찾아온 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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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부터 2학년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손지훈은 2학년 말 양구국제주니어대회 우승을 거두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장호배와 학생선수권 우승을 거두었다.
 
그는 “장호배는 내가 꼭 한번은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결승에서 정현(한국체대)과 경기를 펼쳤는데 당시 정현이 국제대회에 집중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우승을 확정 짓고 국내대회 첫 우승을 했을 때 같이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정현이 엄청난 선수로 성장한 만큼 아직도 생각하면 기분 좋은 우승이다”라며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다양한 경험과 원하던 대회 우승 등 많은 성과를 거둬 만족스러웠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손지훈은 성인이 되면서 뜻밖의 벽을 만나게 됐다.
 
중요한 순간 더블 폴트를 연달아 저지르며 기회를 놓쳤던 그는 자신에게 입스(Yips)가 왔음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 해도 서브가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어렵게 점수를 얻고 더블 폴트로 쉽게 점수를 내주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스가 왔고 이는 2년 동안 이어졌다. 당연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손지훈이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누구든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물어봤다. 그중 내가 입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남현우(KDB산업은행) 선배의 조언이었다”라며 “선배도 입스가 왔었는데 서브를 할 때 어차피 상대가 받아넘길 것이다. 꼭 점수를 내려고 하지 말고 공은 넘어오게 돼 있다라는 생각으로 다음 동작을 고민하라고 내게 조언했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조언이지만 이는 손지훈이 입스에서 생각보다 간단히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입스는 많은 운동선수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행동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만큼 준비되어 있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이는데 열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으로 이룬 2주 연속 우승... 책을 놓지 않는 손지훈
 
현재 손지훈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 중이다. 물론 대부분 테니스로 시간을 보내지만 군인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몸 관리하기가 쉽다. 정해진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다 보니 온전히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다”라며 밝게 전했다.
 
그의 말대로 오히려 군 생활이 도움을 주었을까. 올 여름 손지훈은 영월오픈과 춘천오픈에서 연달아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국내 오픈 대회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이제 조금 자신감을 얻었다. 아직 나는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준비를 잘해서 전역 후에는 퓨처스와 챌린저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손지훈은 정말 모범생 같았다. 그는 취미조차도 독서라고 한다.
 
“읽고 싶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억지로라도 더 읽으려고 한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즐겨 읽는데 인생에 대해 공부하는 부분도 있지만 테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호흡에 관한 책이나 명상에 관한 책 등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테니스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려고 한다”라며 힘들더라도 독서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가 계획하는 제2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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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항상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가진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꿈을 물어보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을 이어갔다.
 
“지금은 선수 생활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선수 생활이 끝난 후에는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 학교나 소속팀 감독이 아닌 현재 권순우(당진시청)를 도와주고 있는 임규태 코치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직접 테니스를 하는 것과 지켜보고 조언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은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틈틈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능력을 쌓고 싶다. 지금 꾸준히 책을 읽는 이유도 나중에 공부할 때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테니스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해 선수들이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코치 생활을 발판 삼아 정말 먼 훗날이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체육 행정가도 되고 싶다. 내가 직접 테니스계에 느꼈던 부분을 가슴에 새겨 선수들에게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싶다. 물론 나의 능력이 기본적으로 받쳐 주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꿈꾸려고 한다”라며 수줍게 말했다.
 
현재는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왠지 손지훈이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꿈이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지 않았다.
 
스스로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항상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그이기에 앞으로의 선수 생활도 제2의 삶도 기대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답답할 수 있지만 노력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그의 인생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기사 전문은 테니스코리아 10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김진건 기자(jinkun@mediawill.com),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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