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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전담코치를 맡으며 코트에 복귀한 이예라.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지도자로 새 출발', 코트로 돌아온 ‘악바리’ 이예라

박준용 기자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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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테니스의 1인자로 군림했던 이예라가 은퇴 후 3년 만에 지도자로 변신해 코트로 돌아왔다. 현역 시절 테니스 선수로는 비교적 작은 키였지만 악바리 근성과 투지로 코트를 누볐고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비록 세계무대에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녀의 도전정신은 많은 후배에게 귀감이 됐다. 장수정(대구시청)의 전담 투어코치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지도자로서 첫발을 뗀 이예라. 선수 때 투어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이예라 코치를 만나보자.
 
전국체전이 열린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예라 코치는 선수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기자에게 ‘코치’ 보다 ‘선수’ 호칭이 더 익숙한 이예라 코치에게 근황을 묻자 “요즘 (장)수정이와 함께 투어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선배 언니들이 ‘선수 때가 가장 좋다’라고 말을 많이 했는데 공감을 하지 못했다. 지금 보면 선수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 코치는 3년 전 NH농협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후 은행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은행 업무는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는 것조차 힘겨웠던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은행을 그만뒀다.
 
이 코치의 말을 빌려 1년 반 만에 은행을 뛰쳐 나왔다고 한다. 그녀는 “은행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선배 언니들이 고비를 넘기면 괜찮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은행 업무를 하면서 주말만 보고 살고 코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에너지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자 이 코치는 “선수 때부터 투어를 다니는 등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많이 해 은퇴하면 투어 코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은행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이 코치 부모는 ‘안정적인 직장을 왜 그만두냐?’며 반대가 심했지만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은행을 그만둔 날 바로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 이후 공부하며 지도자로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던 그녀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최주연 원장의 부탁을 받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주니어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다 코리아시리즈가 열리던 지난 5월 장수정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대구, 인천 대회 등 2주 동안 해보자는 조건이었다.
 
장수정은 한국 여자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주니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고등학생 때인2013년 WTA투어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대회 8강에 오르며 큰 기대를 받았다. 2017년 세계 120위까지 올라 톱100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지난해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현재 세계 26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장수정에게 처음 연락이 왔을 때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 코치는 1년 내내 외국 다니면서 테니스를 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을 못 한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라면서 “수정이는 잘하고 싶은데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자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기술적 요소보다는 수정이가 편안하면서도 재미있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여자 개인전 금메들을 획득한 장수정(왼쪽)과 이예라
 
이예라 코치와 함께 한 장수정은 인천 대회에서 시즌 첫 ITF대회 4강에 올랐고 대구에서도 4강에 진출하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 코치를 전담코치로 영입한 장수정은 7월 태국 논타부리에서 3년 3개월 만에 ITF 대회 타이틀을 획득했고 중국 구이양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는 등 300위까지 떨어진 세계랭킹을 20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이 코치는 “수정이가 태국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라면서 “수정이가 코트에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다 보니 공도 좋아졌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체력이 관건이다. 구이양 대회 이후 출전한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했다. 아마 지난해 일찍 떨어지면서 경기를 하는 횟수가 적어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한 것 같다”면서 “얼마 안 남은 올시즌 목표가 내년 호주오픈 예선에 뛸 수 있는 랭킹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200위 권 안에는 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 본인 역시 오랜만에 투어를 다니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 투어 코치로서 몸에 대한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라면서 “투어를 다니면 여자 코치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남자다. 그들도 시간 날 때마다 운동을 하더라. 책임감을 갖고 나도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웃었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해달라는 부탁에 그녀는 다음처럼 말했다.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라면 세계 무대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자비로 투어에 도전하는 외국 선수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성을 갖고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도자로서 목표에 대해 “내가 선수 때 의사 표현을 잘하지 못했고 수동적이었다. 아마 나를 지도했던 선생님들이 답답해했을 것이다. 또 테니스를 잘했다고 지도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지도자로서 최선을 다해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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