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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안에서는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지만 코트 밖에서는 서로 의지하며 절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홍(오른쪽)과 이재문.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찐친인터뷰]동갑내기 정홍과 이재문 “라이벌요? 둘도 없는 절친이죠”

박준용 기자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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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계의 찐친(진짜 친구)을 만나는 시간! 첫 번째 주인공은 27살 동갑내기 정홍(현대해상)과 이재문(KDB산업은행)이다.
 
11월 초에 끝난 한국테니스선수권에서 남자복식 2연패를 달성한 둘은 대학 시절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지만 코트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테니스계의 소문난 베스트 프렌드다. 인터뷰 날에도 우연히 블랙 앤 화이트로 옷을 맞춰 입고 온 둘의 절친 스토리를 들어보자. 인터뷰 날에도 우연히 블랙 앤 화이트로 옷을 맞춰 입고 온 둘의 절친 스토리를 들어보자.
 
TK_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먼저 각자 소개를 해달라
정홍_
현대해상의 정홍입니다. 27살이고 혈액형은 A형입니다.
이재문_ KDB산업은행의 이재문입니다. 키는 179.5cm인데 프로필에는 반올림해서 180cm이라고 합니다.
 
TK_ 둘은 언제 처음 알게 됐나?
정홍_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경기장에서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이재문_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서로를 상대로 처음 경기를 하면서 알게 됐다. 이후 홍이가 기억에 남았지만 어렸을 때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
정홍_ 초등학교 때 재문이가 워낙 잘해서 누군지 모두 알고 있었다.
 
TK_ 서로 출신 지역과 학교가 다르다. 더욱이 이재문은 고등학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다. 유일하게 군 생활만 함께 했다. 서로 친해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정홍_
고등학교 때 재문이가 일본에 있어서 가끔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대학교 때 상대하는 횟수가 많았고 서로 파트너로 복식 할 기회도 많아지면서 친해지게 됐다.
이재문_ 대학교 때 나는 울산대, 홍이는 건국대 에이스를 담당했다. 그러면서 서로 많은 경기를 했고 대학 3~4학년 때 차 한잔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TK_ 그러면 둘이 라이벌 의식은 없었는가?
정홍__
코트에서는 상대로 만나지만 코트 밖에서는 라이벌이라 생각하지 않고 친구로 만난다.
이재문_ 코트에서는 서로 이기려고 입을 꽉 깨물지만 밖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는 좋은 친구다.
 
TK_ 같은 날 군대에 입대했다. 계획된 것인가?
정홍_
자연스럽게 동반 입대하게 됐다. 시기가 서로 다녀와야 할 때였다.
이재문_ 같이 가자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입대해야 할 시기가 같았다. ‘같이 가지 않겠나’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TK_ 군대에서 서로 많이 의지가 됐을 것 같은데?
정홍_
서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마음 편한 동기부여가 됐다. 누가 한 명이 못할 때 다른 한 명이 잘했다.
이재문_ 홍이가 수다스러웠다. 홍이가 없으면 부대가 너무 조용했다. 홍이 덕분에 팀 분위기가 활기 넘치고 적극적이었다. 또 운동과 생활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TK_ 현재 소속이 다르다. 하루에 서로 연락은 몇 번이나 하는가?
정홍_
연락을 자주 한다고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하루에 한 번은 SNS나 문자를 주고받는 것 같다. 지금은 함께 훈련하고 있어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보고 있다.
이재문_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한다. 연락은 여자친구와만 하는 것이다.
 
TK_ 서로 힘들거나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인가?
이재문_
쉴 때는 술 한잔하면서 서로 힘든 점을 이야기한다. 어른이니까 사소한 것까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답답할 때만 서로 들어달라고 이야기한다.
 
TK_ 이재문 선수는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이재문_
일본의 한 기업이 장학생을 선발했는데 지원해서 운 좋게 뽑혔다. 고교 졸업 후 일본에 더 있을 수 있었지만 울산대 김재식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TK_ (정홍에게)지난해 호주오픈 4강, 세계 19위까지 올랐던 정현(제네시스 후원, 한국체대)이 친동생이다. 이렇게 같은 종목에서 잘하는 동생을 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정홍_
부담스러운 것은 없다. 동생이 부상당하거나 힘들 때 알고 걱정해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모르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 좀 속상하다. 또 동생과 비교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테니스 실력은 인정하지만 ‘동생 키가 큰데 너는 왜 그러느냐?’ ‘동생이 다 뺏어 먹었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좀 그렇다.
이재문_ 항상 홍이가 현이 경기를 챙겨본다.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응원하는 것이 보기가 좋다.
 
TK_ 둘이 대학 시절 라이벌 관계가 대단했다. 지금까지 둘의 상대전적은 어떻게 되나?
정홍_
지금까지 20번 정도 경기를 했는데 내가 6~7번 이기고 나머지는 모두 졌다.
이재문_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6대4로 내가 조금 더 이긴 것 같다.
 
TK_ 친한 친구를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붙는 기분은 어떤가?
정홍_
서로 이기려고 하지만 예의는 꼭 지킨다.
이재문_ 친구이지만 코트에서는 이겨야 하는 상대다. 대신 라인시비가 있으면 감정이 상하기 때문에 흥분하지 않고 어느 경기보다 차분하고 매너 있게 하려고 한다.
 
TK_ 둘의 맞대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이재문_
대학교 단체전 대회에서 함께 몸이 안 좋아 서로 피하려고 출전 순서를 뒤로 미뤘는데 공교롭게도 둘이 만난 적이 있다. 그냥 운명이라 생각했다.
정홍_ 나도 그 경기가 기억난다. 대학교 4학년 때였는데 그 대회 결승에서 지고 감독님이 4학년들을 따로 부르셔서 저녁 식사를 했다. 감독님이 수고했다며 맥주 한 잔 주시면서 건배 제의를 하라고 하셨다. 당시 우리 학교가 계속 준우승만 했던 상황이라 제가 실수로(?) ‘남은 대회는 모두 우승하겠다’라고 말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한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다행히 남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TK_ 서로 만나기 싫은 껄끄러운 상대인가?
정홍_
서로를 잘 알아 일단 우리 둘이 만나면 세트올 경기를 해 힘들다.
이재문_ 내가 이길 때는 세트올이고 질 때는 쉽게 진다.
정홍_ 정상적인 환경에서 내가 재문이를 이기기는 힘들다. 날씨가 덥거나 바람이 부는 등 변수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
 
TK_ 서로 봤을 때 선수로서 어떤 선수인가?
정홍_
재문이는 몸 관리를 정말 잘하고 본인이 세운 목표는 반드시 이루는 성격이다. 대학교 때 몸 관리도 잘 안 하는데 우승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군대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몸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
이재문_ 난 그렇게 성실하지 않은데 정홍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성실이다. 항상 부지런하고 몸 관리도 잘한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TK_ 친구로서 서로의 장점과 배우고 싶은 점이 있는가?
이재문_
홍이가 인성이 좋다. 어른과 선배들에게 잘한다. 또 후배들에게 카드를 주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할 정도로 후배들을 잘 챙긴다. 그런 점에서 나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낀다. 또 공의 터치감에서 내가 밀린다. 홍이는 기회가 되면 드롭샷 등 잔기술을 잘 구사한다.
 
TK_ (정홍에게)본인의 드롭샷을 잔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홍_
재문이 잔기술을 봤는데 하지 말라고 했다. 본인도 인정하더라. 잔기술에서는 내가 더 낫다. 재문이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악의가 없고 착하고 어른들한테도 잘한다.
 
TK_ 그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에게 고마운 점이 있나?
이재문_
저와 계속 복식 파트너를 해 준 점이 고맙다. 2017년 데이비스컵 복식에서는 함께 뛰기도 했다. 복식이라는 것이 서로 파트너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홍이와 잘 맞는 것 같다.
정홍_ 저도 같은 생각이다. 또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몇 없는데 재문이가 제 속마음을 잘 들어주는 친구라서 고맙다.
 
TK_ 이재문에게 정홍이란?
이재문_
최고의 복식 파트너! 세어 본 적은 없지만 7~8번 정도 함께 복식 우승을 했다.
 
TK_ 그러면 복식에서 우승하는데 누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나?
정홍_
대회 초반에는 항상 재문이가 잘 못 한다. 약간 슬로우 스타터다. 그런데 8강 정도 되면 다른 선수로 변한다. 그래서 대부분 대회 초반에는 제가, 후반에는 재문이가 이끈다.
 
TK_ 정홍에게 이재문이란?
정홍_
동기부여? 라이벌이면서 복식 파트너다. 제가 몸 관리를 잘해야 재문이와 계속 복식을 할 수 있다. 지금의 저와 재문이가 있는 것은 함께 복식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TK_ 서로에게 한마디 해달라
정홍_
재문아!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도 서로 의지하며 함께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이재문_ 홍! 지금은 서로 다른 팀이라 복식 파트너를 할 수 있고 못 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돼서 함께하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김범석(스튜디오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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